불면증 치료, 치매 발병 위험 낮춘다? 뇌 노폐물 제거에 ‘숙면’이 중요한 이유
현대인들에게 불면증은 흔한 고민거리입니다. 단순히 밤잠을 설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최근 불면증이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불면증 치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불면증과 퇴행성 정신질환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본 글에서는 잠자는 중 뇌의 노폐물 제거 과정과 불면증, 퇴행성 정신질환 발병의 연관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뇌 청소 시스템, 글림프 시스템
최근 연구 결과, 불면증과 퇴행성 뇌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연결고리가 바로 ‘글림프 시스템’과 ‘뇌척수액 순환’입니다.
수면 중 비렘수면 단계에서는 글림프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뇌에 축적된 노폐물과 유해 단백질을 제거합니다. 하지만 불면증으로 인해 이 단계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면 뇌 청소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습니다.
수면단계
수면은 크게 렘(REM) 수면과 비렘(Non-REM) 수면의 두 가지 단계로 나뉨.
1. 비렘(Non-REM) 수면 4단계
ㅇ1단계: 졸음이 오는 단계로, 깨어 있는 상태와 수면 사이의 중간 단계임.
ㅇ2단계: 뇌파가 느려지고 근육이 이완되는 단계임.
ㅇ3단계: 깊은 수면 단계로, 뇌파가 더욱 느려지고 근육이 완전히 이완됨.
ㅇ4단계: 가장 깊은 수면 단계로, 몸이 완전히 이완되고 뇌파가 매우 느림.
2. 렘(REM) 수면
수면 주기의 마지막 부분에 나타남.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며, 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호흡과 심박수가 불규칙해짐.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꿈이 발생함. 기억력 향상, 감정 조절, 뇌 발달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함.

우리 몸이 깨어 있는 동안 뇌가 활동하면서 찌꺼기를 배출하는데, 잠을 잘 때 뇌를 순환하는 물(뇌척수액)이 뇌세포 사이사이로 들어가 이 찌꺼기를 씻어냅니다. 이를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 합니다. 글림프 시스템은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는데, 수면 시 ‘깊은 잠’을 자는 단계인 비(非)렘수면 때 뇌 속에 쌓인 찌꺼기를 배출합니다. 2015년 네이처지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글림프 시스템이 청소하는 찌꺼기는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1]
뇌척수액 순환과 노폐물 배출
불면증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 뇌척수액의 순환도 저해됩니다. 뇌척수액은 무색무취의 투명한 액체로, 하루에 약 500ml 정도 뇌에서 만들어지고 분비됩니다. 우리의 목과 허리를 통해서 왔다갔다 순환을 합니다. 외부 충격을 흡수해서 뇌와 척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 주변을 돌며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런데 협착증, 거북목 등 척추질환이 있으면 뇌척수액 흐름이 방해를 받고 두통 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미국 오레곤대학의 제프리 리프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깨어있는 시간과 달리 숙면 중에는 뇌세포 사이에 간격이 생기고 그 사이로 뇌척수액이 들어가서 깨끗이 청소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2]
뇌척수액은 동맥을 따라 뇌 안쪽으로 흘러들어 그물처럼 얽힌 신경세포(뉴런)들 사이를 지날 때 세포들 틈새에 있는 대사 부산물이나 노폐물, 독소를 씻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뇌척수액은 깨어 있는 동안에도 순환하지만 잠자는 동안에는 훨씬 많은 양이 흘러듭니다. 갖가지 부산물, 노폐물과 섞인 뇌척수액은 다시 정맥을 따라 뇌 바깥으로 흘러나온다. 이런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을 때, 노폐물 독소가 쌓여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3]

최근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은 코 뒤쪽 비인두 림프관망이 뇌척수액 배출의 주요 경로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림프관망과 연결된 목 림프관을 발견하고 이를 수축/이완시켜서 뇌척수액 배출을 조금 더 도울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뇌척수액의 배출을 뇌 외부에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되었고, 앞으로 치매를 포함하여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4]
불면증과 퇴행성 뇌질환의 연관성
전반적으로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그 상황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뇌 속에 노폐물과 유해 단백질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고, 이들이 뇌세포를 손상시켜서 결국 퇴행성 뇌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게 됩니다. 최근 줄어든 수면 시간 등 잠의 질적 저하가 치매 발병률을 50%까지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5]
불면증 치료와 치매 예방을 위한 수면 관리
충분한 숙면을 통해 뇌 노폐물을 제대로 제거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수면 위생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냉온탕 목욕은 혈액순환 촉진과 잠 유도 효과가 있어 간접적으로 글림프 시스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불면증 해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약물 치료, 인지행동 치료, 이완 요법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치료법들을 통해 불면증을 개선하고 잠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 카페인 섭취 제한 등의 생활 습관 개선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리하기
최근 연구 결과들은 숙면을 통한 뇌 노폐물 제거가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불면증으로 인한 잠 부족은 글림프 시스템의 기능 저하와 뇌척수액 순환 방해를 초래하여 노폐물 축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잠의 질을 높이고 규칙적인 숙면을 취하는 것이 뇌 건강 관리에 매우 중요합니다. 개인의 생활 습관 개선과 지속적인 수면 관리를 통해 불면증을 치료하고, 궁극에는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용어정리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 뇌의 수액이라고도 불리며 뇌 보호, 뇌에 발생한 노폐물 배출시로 중추신경계의 기능과 항상성 유지 역할 수행. 두개골 내 약 150ml 존재, 하루에 500ml 정도가 뇌실내의 맥락얼기(chroid plexus)에서 생성됨. |
비인두(Nasopharynx) | 구강과 비강을 후두와 연결하는 인두의 상단 부분. 뇌 기저에서 입천장까지 이어지는 통로. 비강의 가장 깊은 곳이며, 호흡시 공기가 흐르는 통로 역할을 함. 바이러스 감염성(인플루엔자 또는 코로나19) 감기에 의하여 가장 심한 염증이 일어나는 부위. |
림프관 (Lymphatic vessel) | 조직의 체액과 면역세포 등을 림프절(림프관 사이에 위치하여 림프구로 채워진 결절)로 수송하여 면역반응을 관장하고 체액순환 항상성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함. |
참고자료
[1] 어제 점심 뭐 먹었지? 기억 안난다면… ‘뇌 청소’ 비법 넷, 머니투데이, 2023.1.
[2] 숙면해야 뇌 노폐물이 제대로 청소됩니다, 헬스조선, 2016.5.
[3] 뇌도 샤워를 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 한겨레, 2024.3.
[4]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뇌척수액 배출 허브(Hub) 찾았다, IBS, 2024.1.
[5] 불면증 심해지는데 건망증까지… ‘치매’ 위험 신호, 헬스조선, 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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